섬뜩하게 파헤치는 모성의 실체…어머니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입력 2024-04-02 18:50   수정 2024-04-03 00:42


나무 덤불 하나를 담으로 두고 막역하게 사는 이웃이다. 앨리스(제시카 채스테인 분)와 셀린(앤 해서웨이 분) 두 엄마는 물론 아이들끼리도 단짝이다. 남편들 역시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서로의 집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셀린의 아들이 감기에 걸려 집에 머물면서 사고가 터진다. 셀린의 아들은 자신이 만든 새장에 새를 넣으려다 난간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웃집 아줌마 앨리스는 위태위태한 셀린의 아들에게 난간에서 물러나라고 외치며 달려갔지만 한발 늦었다.

영화는 화려한 홈드레스를 입은 엄마들과 환하게 웃는 아이들 모습으로 서막을 열지만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추락사 하면서 끔찍한 본체를 드러낸다. 브누아 들롬 감독의 ‘마더스’는 엄마의 사랑을 그리는 가족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모성의 극단과 허구를 경고하는 모성 스릴러다.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어머니는 국내외에서 수없이 많은 영화로 양산됐다. ‘스텔라 댈러스’ ‘밀드레드 피어스’를 포함한 ‘모성 멜로드라마(maternal melodramas)’는 1930~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주류를 이룬 장르다.

이런 영화들은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강인함을 보여주며 ‘모성 신화’를 견고히 한다. 모성은 아이와의 교감과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원제가 ‘어머니들의 본능(Mothers’ Instinct)’인 영화 마더스는 전통적 모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아이의 죽음을 맞이한 엄마와 그녀의 선택들로 모성이 아이의 운명을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부과하는 사회적 미신이자 강요된 성 역할임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아들이 죽자 셀린의 남편은 셀린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전업주부인 그녀가 집에서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셀린은 남편의 비난을 수긍하면서 친구 앨리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난간에 서 있는 자신의 아들을 빨리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앨리스 또한 비슷한 생각으로 자책하면서 셀린이 복수심으로 자기 아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앨리스와 셀린이 각자 품은 원망과 두려움은 상상하지 못한 비극으로 치닫는다.

‘마더스’로 연출 데뷔한 들롬 감독은 ‘그린 파파야의 향기’ ‘시클로’ 등 수많은 걸작의 촬영감독이었다. 영화는 대부분 데뷔작이 그렇듯 매끄럽다기보다는 성긴 구석이 더 많지만 모성 신화의 철저한 파괴라는 흥미롭고 파격적인 주제를 비교적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 강요된 모성으로 인해 두 가정이 시체더미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후반은 그 어떤 호러 영화의 클라이맥스보다 더 섬찟하고 강렬하다. 파격적인 엔딩에 로맨틱코미디의 아이콘 해서웨이의 기여도가 높다. 내러티브 전개에 따라서 점점 어두워지는 그녀의 표정과 몸짓은 마치 점점 부패해가는 사과의 단면처럼 점층적이고 위협적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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